이제는 생생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충분히 미화되어 버린 나자매의 세계일주 되새김질 다섯 번째 이야기

 

 

1

영국 런던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칙칙한 거리,

양복 입은 신사들이 바삐 걸어가는 이미지를 상상했다.

아마 셜록 홈스에서 비롯된 상상일 것이다.

 

5월의 영국은 화창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였다.

되려 영국인데 비가 오지 않아 기대가 충족(?) 되지 않았다.

 

맑은 날씨 탓인지 공원 곳곳에서 볕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가 처음 문화충격을 받은 것이

아무 데나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이었다.

 

돗자리나 수건도 깔지 않은 채

(사람 다니는 길 제외하고) 잔디든, 아스팔트든, 계단이든 햇볕을 쬘 수 있는 공간이면

어디든 눕거나 앉아있었다.

우리나라 엄마들이 봤다면 바로 등짝 스매시각일 텐데…

 

우리도 이 따사로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마트에 가서 샌드위치와 저렴한 화이트와인 한 병을 샀다.

드넓은 The Green Park에

우리는 스카프를 깔고 앉았다.

브리티시 스모크 햄 샌드위치는 이름에 걸맞게 특별한 맛은 없었고

와인은 뭣도 모르고 저렴한 것 중 라벨이 예쁜 걸로 골랐다.

 

평일 대낮에 런던 공원에서 와인과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니…

이때 느낀 해방감, 햇볕의 따스함, 취기와 함께 오르는 행복은 여전히 생생하다.

 

 

회사를 그만둔 지 일주일뿐이 안 된 언니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이제야 우리가 기약 없고 돌아 갈 곳 없는 세계여행을 떠나왔구나라는 것을 체감했다.

 

 

2

그린파크를 나오니 버킹엄궁전이 있었다.

맞춰서 간 것도 아니었는데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만지거나 방해되면 소리 지르는 영상에서만 보던 빨간 제복의 영국 근위병도,

황금색으로 빛나는 빅토리아 메모리얼도 TV를 보는 듯했다.

 

 

현실과 화면 속을 왔다 갔다 하는 기분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좀 더 걷다 보니 스타벅스가 보였다.

바로 엔도르핀이 돌았다.

당장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당당하게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고 당당함은 싹 사라졌다.

아메리카노도 너무 비싸…

결국 그란데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 시켜서 나눠마시기로 했다.

주문을 하고 언니 똥 싼 바지 같다면서 신나게 서로 놀리면서

영국 스타벅스를 구경했다.

 

닉네임이 불리고, 음료를 받으러 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라떼가 있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만 챙겨서 “Thank you” 하고 뒤돌아서려는 순간

”빨대 하나 더 챙겨가세요 “

한국말에 깜짝 놀라 다시 돌아보니 파트너님이 한국분이었다.

반가움과 놀라움이 번졌다.

”이것도 드세요^^“

진짜 순간 날개가 보였다. 천사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비싸서 나눠 먹으려 했는데… 라떼라뇨

너무 감동받은 나머지

”헉!!!! 정말요? 가… 감사합니다!!!“

언니와 민족애, 동포애, 국뽕에 차올랐다.

 

 

라떼와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영국박물관에 갔다.

전 세계와 역사를 압축시켜 우겨놓은 듯했다.

느낌표 위대한 유산 74434를 보고 큰 세대로서

곱게만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나라가 한 때를 제패했던 나라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큰 영국박물관을 한 시간만 보고 나왔다.

 

 

3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갔다.

영국 마트는 특이하게 샌드위치 또는 빵+샐러드+음료 세트로 구매하면 할인이 됐다.

호밀빵과 참치샐러드, 야채파스타샐러드, 셀러리를 사서 버스터미널에 갔다.

뉴캐슬로 가는 야간버스를 타기위함이었다.

 

 

터미널 의자에 앉아 호밀빵을 한 입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의 시큼한 맛이 나는 빵이었다.

그대로 두고 셀러리와 샐러드만 먹었다.

빵은 버스에서 너무 배고플 때만 꺼내먹었다.

 

장거리 야간버스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의자는 고정돼서 안 젖혀지고 좌석 간 거리가 좁았다.

허리가 너무 아프고 새벽엔 너무 추웠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5시간 버스도 힘든데

8시간 버스는 오죽하랴…

(버스에 화장실 있는 건 신기했다.)

 

자다 깨고를 몇 번을 반복해도 밤이었다.

해가 밝아오는 시간쯤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가 어딘지 모를 정류장에 몇 번 섰다.

우리가 내려야 할 곳인지 안내방송과 구글맵에 집중했다.

 

아침 8시가 넘어 마지막 정류장인 뉴캐슬에 내렸다.

허리는 아프고, 춥고, 배가 고팠다.

 

미리 찾아두었던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겨두고

더럼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해결하러 갔다.

맥모닝은 맛없을 수가 없잖아

아니 맛없을 수 있어 영국이라면 가능해…

맥모닝 마저 맛없는 이 나라 어떡하지 정말…

치즈랑 베이컨 넣었는데 맛없는 것도 쉽지 않은데…

 

 

4

더럼(Durham)으로 갈지 안윅(Alnwick)으로 갈지 고민했다.

더럼에 있는 더럼대성당은 해리포터 촬영지로 사용되었다.

 

안윅의 안윅 캐슬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마법빗자루 수업을 듣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8시간 야간버스로 지칠 때로 지쳐버린 우리는

그나마 가까운 더럼으로 결정했다.

 

기차역으로 가서 티켓 예매를 하는데

웬걸 2분 뒤 기차네

정신없이 예매하고 죽어라 뛰어서 기차를 탔다.

 

티켓 찍는데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숨 고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역무원이 티켓 검사를 한 명 한 명 직접 했다.

더럼은 기차로 15분 가니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더럼성당까지 걸어갔다.

더럼 성당 올라가는 길이 호그스미드 그 자체였다.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노천카페, 광장에서는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더럼 대성당은 해리포터의 꼬꼬마 시절, 귀엽고 활기찬 분위기의 잔디밭이었는데

실제로는 고딕양식의 건물이 웅장하고 힘 있는 느낌이었다.

복도를 걸을 때는 내가 진짜 호그와트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아치형 기둥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이 차가운 대리석 건물과 상반되었다.

 

 

성당을 나오니 테스코가 있어서 맛있어보이는 과자를 샀다.

영국에서, 아니 내 인생 통틀어서 제일 맛없는 과자였다.

웬만해서는 아까워서 먹었을 텐데 언니랑 한 입 먹고 바로 버렸다.

 

 

5

뉴캐슬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이제 제발 제대로 된 한 끼 먹어보자 마음먹고 치킨 맛집이라는 곳을 갔다.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 분위기는 힙했다.

옆테이블엔 일가족이 행복하게 치킨을 먹고 있었다.

 

맥주를 한 병 씩 시키고 치킨 반마리와 고구마스틱을 주문했다.

기대반 걱정반… 맥주로 목을 축였다.

치킨이 나왔다. 한 입 베어 물었다.

의문이 들었다.

이 나라 향신료 때문에 다른 나라 침략하고 식민지 삼지 않았나…?

왜 음식에 간을 안 해????

슴슴한 로스트치킨이었다.

언니와 나는 갑자기 옆 테이블의 가족이 측은해졌다.

우리나라 치킨 먹으면 감동의 눈물 흘리겠다…

 

뉴캐슬 마무리는 뉴캐슬 브라운에일로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갔다.

 

 

6

영국에 있는 6일 동안 우리는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비싸서 나눠 먹고, 맛없어서 먹다가 남겼다.

지칠 때로 지치고, 배고플 데로 배고픈 우리는

결국 해외 나온 지 6일 만에 한식당을 찾아갔다.

 

한국 식료품점 아래층에 한식당 ‘우정분식’이 있었다.

식료품점에 한국제품만 봐도 눈 돌아갔다.

 

얼른 내려가서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시켰다.

둘이 얼굴도 안 들고 먹는데 집중했다.

여행 시작한 지 6일째인데 6개월 된 사람 마냥 먹었다.

그런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사장님께서 귤과 떡, 음료를 주셨다.

영국 사는 한국인들은 천사뿐인가요?

맛과 서비스에 감동의 눈물을 마음으로 떨구고

우리는 영국을 떠났다.

 


 

영국 해리포터 촬영지 총정리: 런던, 에든버러 등

 

  1. 런던

– 플러스 코드(주소): 런던 킹스크로스 역 Euston Rd., London N1 9AL 영국

– 해리와 위즐리 가족이 처음 만난곳

 

– 플러스 코드(주소): St Pancras International, Euston Rd., London N1C 4QP 영국

–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기차를 놓친 해리와 론이 포드 앵글리아를 타고 학교로 가는 장면에서 지나가는 네오고딕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

 

– 플러스 코드(주소): Outer Cir, London NW1 4RY 영국

–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해리가 처음으로 뱀과 대화를 나눈 장면

– 찰스 다윈이 오랑우탄을 보고 진화론의 영감을 받은 곳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

 

– 주소: Millennium Bridge, London, 영국

–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런던 장면에서 등장

 

– 주소: St. Paul’s Churchyard, London EC4M 8AD 영국

–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 나온 원형 계단

– 성당 내부 계단을 통해 돔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음. 꼭대기에서 보는 런던 시내뷰 추천

 

– 플러스 코드(주소): Gracechurch St, London EC3V 1LT 영국

– 다이애건 앨리

 

– 플러스 코드(주소): Lambeth Rd, London SE1 7SG 영국

–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나이트 버스를 타고 지나감.

– 국회의사당, 빅벤, 런던아이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음

 

– 플러스 코드(주소): GV2G+G3 런던 영국

–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에서 위즐리의 아빠인 아서가 지하철을 처음 타 본 장면

 

– 플러스 코드(주소): Victoria Embankment, London SW1A 2JL 영국

– <해리포터와 불사조시가단>,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

 

– 플러스 코드(주소): 9C3XGV58+X2

– 영화<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죽음을 먹는자들의 공격을 피해 피카딜리 서커스로 피신

 

– 플러스 코드(주소): 9C3XGVJQ+7X

– 불사조 기사단 본부

 

2. 글레피넌 고가교: 호그와트로 가는 기찻길

 

3. 글로스터 대성당: 호그와트 내부 장면

 

4. 옥스포드

– 입장료 있음

– 실제 옥스퍼드 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연회장

 

 

5. 안윅 대성당: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마법빗자루 수업 촬영지

 

6. 애든버러

– 4개의 탑을 가진 에든버러 명문 고등학교

– 호그와트 4개의 기숙사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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