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생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충분히 미화되어 버린

나자매의 세계일주 되새김질 세 번째 이야기

 

나자매의 세계여행이자 세계일주이자 배낭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1

온통 낯선것 투성이인 이국 땅에 발을 딛자 덜컥 겁이났다.

20살 대학 첫 개강날 학교에 들어선 기분이랄까

떠먹여 주던거 받아 먹다가 갑자기 이제 알아서 떠먹어라고 숟가락이 쥐어진 기분이었다.

설렘과 두려움, 긴장을 가진채

언니와 결의를 다지고 히드로공항에서 나섰다.

 

2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전국방방곳곳을 놀러다녀서 어디서든 잘 잔다.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시골 모텔, 민박집, 자동차에서도 온몸을 구긴 채 잔 경험도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잠자리가 편해야 여행도 행복하다는 것을 어릴 때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는 숙소를 대부분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에어비앤비를 선호한 이유는

첫번째, 우리는 우리 둘이 제일 편했다.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공용샤워실이나 공용화장실을 사용하고

호텔은 좁고 하우스키핑이 은근 신경 쓰였다.

편하게 씻고 숙소에서 편하게 있기에는 에어비앤비가 제일 좋았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내향인이고

언니는 생각보다 낯을 가린다.

둘이 노는게 제일 편하고 재밌어서

게스트하우스 같은데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거나

동행을 구해 같이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둘째, 식비 및 주류비 절감을 위해 숙소에서 요리를 해 먹었다.

우리는 식사 시, 대부분 반주를 했다.

둘 다 주량이 적진 않아서 외식을 하는 경우 팁 포함 식비가 어마어마 할 것이라 판단했다.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시장물가가 싸서 해먹고 싶은 요리를 마음껏 해먹을 수 있었다.

(영국, 스위스 제외다. 우리나라와 시장물가가 비슷하다.)

주류는 나라마다 달랐지만 대부분 와인은 0.8~2유로짜리를 사도 맛있었다.

셋째, 나는 요리를 즐겼고 언니는 내 요리를 좋아한다.

두 번째 이유에도 요리를 못 하면 요리를 해 먹을 수 없다.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나를 위한 정성스러운 한 끼를 차려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보다 다른 사람이 내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언니는 내 음식이 딱 술안주라고 잘 먹었다.

이러한 이유로 난생 처음, 첫 숙소를 에어비앤비로 잡게 되었다.

 

3

살면서 16~20kg 가방을 메고 걸어 다닐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세계여행 아니었으면 평생 없었을 것 같다.

어린이만한 가방을 메고 대중교통을 타고, 목적지를 찾아 헤매는 건 생각했던 것 보다 어려웠다.

갈수록 어깨가 짓눌리고 한 발 한 발 떼기가 쉽지 않았다.

이 짐을 빨리 내려 놓기 위해 우리의 첫 숙소로 향했다.

영국 2층버스

 

4

우리는 2층 버스에서 내려 배낭을 이고지고 에어비앤비를 찾기 위해 동네를 한참을 뒤졌다.

30분을 헤매다 결국은 행인에게 길을 물었다.

한참전에 지나온 길로 돌아가야 했다.

올 때는 설레어서 힘들어도 구경하느라 정신 못 차렸는데

다시 돌아가려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쉬려면 걸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버스에서 내린 지 한 시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이 집이 맞을까 긴장하며 초인종을 누르니 호스트가 밝게 맞아주었다.

호스트는 우리가 사용할 방과 욕실을 설명해주었다.

드디어 배낭을 내려놓고 10시간 비행기에서 찌든 몸을 씻어냈다.

런던을 즐기고 싶었지만 장거리 비행과 시차적응, 숙소 찾는 여정으로 이미 지쳤다.

 

동네에 있는 세인즈버리 마트에 저녁거리를 사러갔다.

비싼 물가에 손을 덜덜 떨며 전자렌지에 돌려 먹는 간편식 두가지와 스텔라 6병을 사왔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 6병 다 마시고싶었지만 간신히 참고

9시에 침대에 누웠다.

영국이 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지 알게되었다.

밤인데도 해가 지지 않았다.

25년간 내가 살았던 곳의 반대편은 너무나도 달랐다.

너무너무 피곤한데도 밝은 창 밖과 시차적응으로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5

여행 다니면서 가장 많이 느낀점은

대한민국이 제일 살기 편하다.

튜브(지하철)는 산업혁명때 만들어졌나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지하철에 비해 열악했다.

지하에서 통로가 개미굴처럼 이리저리 나있었고 퀘퀘한 냄새가 났다.

데이터는 터지지 않고 와이파이는 당연히 없었다.

 

영국하면 떠오르는 2층 버스는 바닥엔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좌석엔 과자부스러기가 널렸다.

그럼에도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왜인지 모르게 사뭇다르게 느껴졌다.

미국은 subway 영국은 underground

남색 수트를 입고 꽃다발을 들고 가는 남자를 보며 저게 바로 영국 신사구나

excuse me 와 sorry 가 입에 벤, 피해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섬나라 사람들

비싸지만 맛 없는 음식들

하나하나 전부 영국스러웠다.

 


 

영국 런던에서 대중교통 이용하기

 

오이스터카드

우리나라 T머니 같은 충전식 교통카드

영국 버스

 

컨택트리스 카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뒷면에 와이파이 모양이 그려져 있는 카드

우리나라 후불제 교통카드처럼 터치 형식으로 요금 지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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