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생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충분히 미화되어 버린 나자매의 세계일주 되새김질 두 번째 이야기
김해에서 영국 런던을 편도 34만 원에 예매한 것은 가히 자랑거리였다.
중국 광저우에서 17시간 경유이긴 했으나
휴가 낸 직장인이 아닌, 방학인 대학생이 아닌 우리에게
남는 건 시간이요, 아껴야 하는 건 돈 뿐이었다.
1
엄마는 당신만 혼자 두고 떠나는 두 딸을 배웅하기 위해 연차를 쓰고
공항으로 딸들을 데려다주셨다.
그땐 얼떨떨함과 설레는 감정에 휩싸여 생각 못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지 상상이 안된다.
걱정되는 마음이 제일 컸겠지?
2
중국남방항공은 항공기와 수송객 규모로는 중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수송객 규모 최대인 것은 체감할 수 있었다.
좁은 간격의 좌석은 우리를 포함해 많은 사람을 태웠다.
중국남방항공 기내식은 내가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없는 음식 중 하나였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몇 가지 더 생겼다.)
나는 맛을 잘 모른다. 웬만해서는 다 잘 먹는다.
그런데 여기 기내식은 오묘하게 맛이 없었다.
치킨누들을 선택했는데 세 입 정도 먹으니 ‘아… 이게 맛없는 맛이구나!’ 싶어서 포크를 내려뒀다.
참고로 언니는 입맛이 까다롭진 않지만 예민한 편이라
먹자마자 맛없다며 포크를 내려뒀다.
좁은 좌석과 맛없는 기내식, 약 7시간의 비행을 견디는 방법은 알코올뿐이었다.
그러나 음료 제공때와 식사 때 맥주 두 번 받으니
그 후로는 맥주가 다 떨어졌다해서 더 마시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다른 승객은 주는 걸 봤다. 안전상의 문제로 취할까 봐 안 주는 듯했다.)
중국남방항공의 장점은 저렴하지만 기내식 무료 제공, 음료 무료 제공, 무료 환승 호텔 제공한다는 점.
단점은 좁은 좌석과 맛없는 기내식이었다.
3
광저우에 도착해서 항공사 직원만 졸졸 따라다니다 보니
임시 비자가 받아져 있었고 호텔로 가는 셔틀버스에 올라타 있었다.
중국이라니…
17년 전 필리핀 어학연수를 갔을 때 느꼈었던 그 감정을 다시 느꼈다.
설렘과 두려움, 약간의 걱정과 기대감에 휩싸였다.
호텔은 무료 제공치 고는 상당히 괜찮았다. 조식도 무료 제공이었다.
(맥주 두 캔뿐이 안 준거 다 용서했다.)
우린 용기를 내서 밖을 나가보았다.
호텔 근처 광장에 가니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하고 느껴졌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식당 앞에서 노상을 즐기고 있었다.
밀크티 같은 음료를 사서 고기 국수를 포장 주문했다.
대형마트에서 부족했던 맥주를 샀다.
호텔에 돌아와서 고기 국수와 맥주를 먹었다.
역시나 언니는 한 입 먹고 포기했고 내가 다 먹었다.
다음날 아침 알뜰하게 조식까지 챙겨 먹고
공항셔틀을 타고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4
장거리 비행은 사육장에 갇힌 돼지가 된 기분이다.
들뜬 마음으로 창 밖을 보고 있으면 스낵을 준다.
영화 한 편 보다가 좀 자다가 기내식을 주면 먹는다.
먹고 또 자다 보면 간식을 주고 기내식을 준다.
그러고 또 자면 어느샌가 목적지에 도착하여 줄줄이 비행기에서 내린다.
그렇게 살면서 제일 맛없는 연잎밥과 돼지고기반찬의 기내식을 먹으며
할리우드영화 은하호위대를 보니 어느새 영국에 도착했다.
5
영국 히드로 공항은 입국심사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엄근진한 심사원 앞에 서서 해맑게 해리포터 보러 왔다고 하니
굳어있던 얼굴이 풀렸다.
그는 친절하게 어디서 지낼 건지, 어디 어디 갈 건지, 다음 행선지는 어딘지 물어봤다.
“해리포터 스튜다오 갈 거고, 해리포터 촬영지 보러 뉴캐슬에 갈 거다.”
모든 답을 해리포터로 하니 심사원은 “Enjoy it.”라고 말하며 들여보내줬다.
나는 해맑게 나왔다가 언니를 기다렸다.
언니는 나와 달리 인터뷰가 빨리 끝나지 않았다.
나도 애가 타기 시작했다.
언니 입국 못하고 한국 돌아가면 어떡하지, 혼자 여행 다녀야 하나, 한국행 비행기표 알아봐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언니가 지친 표정으로 나왔다.
여러 나라 입국심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사람 바이 사람이다.
본인이 선 줄에 입국심사원의 그날 기분이 좋으면 스무스하게 들어갈 수 있다.
만약 심사원이 식사를 제때 하지 못 했거나 가족이나 직장동료와 다툼이 있었으면
입국심사는 취업 면접보다 어려울 수 있다.
즉, 입국심사는 운이다.
+ 그때는 몰랐는데 동행은 같이 인터뷰해도 된다.(나라별로 다를 수 있음)
여행 준비하기: 경유지 환승 서비스 확인하기
비행기표는 시간을 투자하는만큼 저렴해진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경유도 나쁘지 않다.
경유 시간이 충분하다면 경유 국가도 여행을 할 수 있다.
1~5시간 경유는 공항에 있는게 낫다.
6시간 이상 경유를 하는 경우에는 항공사에서 환승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중국남방항공
적용대상
경유 시간 6시간 이상~ 30시간 미만인 환승 승객
대상 노선
국제-국제
국제-중국국내
중국국내-국제 환승 노선(국제선 공동 운항 포함)
제공 도시
광저우 / 베이징 / 선양 / 다롄 / 창사 / 선전 / 우루무치 / 구이양 / 우한
신청방법
환승 공항에 도착 후 환승 카운터에서 신청
※ 사전 신청 불가